<마케팅> 中 오피스 레이디, 바나나 맛에 빠지다.



<마케팅> 中 오피스 레이디, 바나나 맛에 빠지다 


출처: 동아비즈니스리뷰(최한나, 이종국)

 [백화점에서 편의점으로 타깃 이동 中 오피스 레이디, 바나나 맛에 빠졌다.]


우유를 간식이 아닌 식사 대용으로 인식하는 중국인들에게 달콤한 맛과 향을 가진 바나나맛 우유는 어필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2012년 3월 중국 상하이 곳곳에 지점을 둔 편의점 '로손' 에 50박스를 풀었는데 일주일 뒤 다음 주문으로 100박스가 들어왔다. 세 번째 주문은 1,000박스였다. 내놓기가 무섭게 팔려나갔다. 


2011년 10억 원이었던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의 중국 수출금액은 2012년 80억 원을 넘어서며 1년 새 8배 이상 증가했다. 작년에는 140억 원을 넘어섰다. 한때 생산이 주문을 따라잡지 못해 제조설비를 확장했을 정도다. 바나나맛 우유를 맛본 중국인은 SNS에 자랑하기 바쁘다. 



바나나맛 우유.... 가능할까?


바나나맛 우유에 중국에 처음 들어간 것은 2008년이었다. 이때만 해도 바나나맛 우유에 거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일단 아시아 지역은 미국이나 유럽권과 달리 우유 소비량이 많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우유에 노출되는 빈도가 상대적으로 덜하고 체질적으로 우유 소화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는 우유에 다른 맛이나 향을 첨가해 만드는 가공유 시장이 미미했다. 흰 우유 시장 자체가 작고 전체 우유 시장 가운데 가공유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에 불과했다. 또한 중국에서 우유는 식사 대용적인 성격이 강했다. 맛을 논하기보다는 그저 마시면 몸에 좋은 영양식품이거나 밥 대신 간

단하게 마실 수 있는 성격의 식품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제조 방법에서도 국내 유제품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원유 확보와 유통 등의 문제 때문에 중국 기업들이 생산하는 대부분의 유제품은 환원유를 원재료로 삼았다. 환원유는 원유에서 수분을 날리고 가루로 만들었다가 이후 물을 섞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원유를 직접 사용하는 제품과 비교  때 신선도나 식감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중국인들은 우유를 '맛없는 음식' 으로 인식 하는 경향이 강했다. 박중원 빙그레 해외사업담당 관리팀장은 "우유시장이 발달할수록 가공유나 발효유 등으로 분화돼 시장이 커지는 데, 중국은 흰 우유 중심에 머물러 있는 단계였다" 며, "가공유 시장이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도 않은데 바나나맛 우유가 들어가서 정착할 수 있겠나 싶었다" 고 말했다.


중국 시장의 특수한 상황 역시 적극적인 진출을 고려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일단 거리가 가깝다 보니 수출-수입업자들이 관세를 피해 밀수로 제품을 거래하는 규모가 작지 않았다. 이렇게 들어가는 제품들은 정식 통관 절차를 거친 제품들보다 값이 싸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이 어려울 수 있었다. 유효수요가 얼마나 확보될지도 고민이었다. 바나나맛 우유는 '주식' 보다는 '간식' 의 개념이 강하다. 필수품이 아닌 만큼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의 사람들이라야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제품이다. 중국은 도시별 소득 격차가 크고 한 도시 안에서도 빈부격차가 상당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수출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 만큼 수요가 창출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박중원 팀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 교민들을 중심으로 작게나마 수요가 있었고 중간 상인들의 평가가 좋았기 때문에 일단 적은 물량으로 들어가 가능성을 가늠해보자고 판단했다" 고 말했다.


* 첫 입점지는 상하이에 있는 백화점이었다. 

백화점에 먼저 물건을 넣기로 한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제품의 특성이다. 바나나맛 우유는 냉장 제품으로 온도 유지가 중요하다. 백화점이라면 할

     점이나 일반 소매점보다 온도 관리를 철저히 할 것으로 생각했다. 

②  신뢰할 수 있는 거래처의 확보다. 특정 거래처에 집중해 유통기한을 넘기지 않고 재고 없이 

     물건을 소화해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③  구매력 있는 소비자층의 확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바나나맛 우유는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가진 사람들이 찾을 만한 제품이다. 백화점을 찾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소득을 가진

    소비자일 것으로 분석했다.



* 당시 백화점에 납품한 바나나맛 우유는 두 종류였다. 

하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주로 유통되고 있는 단지 모양의 제품이다. 이는 빙그레 제품만이 가진 고유의 디자인으로 제품의 독창성 (originality) 을 확보하게 하는 경쟁력이다. 빙그레는 디자인 면에서의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 단지 모양의 제품을 우선적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다만 단지 용기에 우유를 담아 수출하려면 냉장 제품의 특성상 빠른 운송이 전제되어야 했다. 이를 위해 빙그레는 제품 출하부터 매대 진열까지 일주일 이상 소요되는 일반 화물선 대신 신속 통관이 가능한 '페리선' 을 이용했다. 페리선은 화물선보다 비싸지만 길어야 이틀이면 중국에 도착하기 때문에 제품 관리에 유리했다. 


다른 한 종류는 수출용으로 고안된 '테트라팩' 제품이다. 살균한 우유를 담는 단지 모양 제품과 달리 테트라팩은 멸균한 우유를 담는다. 따라서 제품 보관 기간이 길고 일반 화물선 운반이 가능하다. 빙그레는 수출물량의 일부를 테트라팩으로 구성해 평균 물류비용을 낮추고 중국인들이 어느 종류의 제품을 선호하는지 테스트하기로 했다.



바나나맛 우유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낯선 형태의 우유에 거부감을 느끼기 보다는 구매를 시도해보려는 수요가 많았다. 우유를 맛없는 음식으로 인식하고 있던 중국인들에게 진하고 달콤한 맛과 향이 나는 바나나맛 우유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원유 함유량을 높게 유지한 영향이 컸다. 원래 단지 모양의 바나나맛 우유에 들어가는 원유는 85% 이상이다. 빙그레는 수출용 테트라 팩을 만들면서도 원유 비중을 최대한 높게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유 비중이 높을수록 우유 고유의 진한 맛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실험과 시도 끝에 테트라팩에 들어가는 바나나맛 우유의 원유 비중을 60%까지 끌어오릴 수 있었다.


환원유 맛에 길들어져 있던 중국 소비자들은 "이제까지 먹어보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맛" "달고 맛있으면서 진한 진짜 우유" 라며 바나나맛 우유를 반겼다. 컨테이너 하나에 불과했던 초기 물량은 몇 주 새 두 자릿수로 늘었다. 2010년으로 넘어가면서 수요가 좀 더 확대됐다. 빙그레 내부에서 의외로 중국이 상당한 시장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싹텄다. 상하이 아닌 다른 도시, 백화점 아닌 다른 유통매장도 고민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중국에 진출해 있던 프랑스 유통업체 카르푸와 입점 계약이 성사되는 등 유통망 확대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악제가 발목을 잡았다. 소, 돼지 등 가축을 중심으로 국내 농가에 구제역이 돌았다. 연초 발생한 구제역은 1년 내내 이어지며 농가는 물론 유제품 가공업체들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사태가 장기화되자 중국 정부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만드는 유제품이 자국으로 수입되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빙그레 역시 백화점이나 할인점과 계약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입점 계약비와 화물선 이용비 등을 모두 날렸다. 이제 막 본격화하려던 바나나맛 우유 수출은 발이 묶인 채 무기한 대기할 수 밖에 없었다.



편의점?? 편의점!!


해가 바뀌면서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구제역 파동이 일단락되면서 우리나라 정부와 중국 정부 사이의 수출 재개 협상도 급물살을 탔다. 2011년 양국 정부 간 합의가 성사되면서 중국에 대한 한국 유제품 수출이 재개되었다. 그해 중순부터는 빙그레를 포함한 국내 다른 유가공업체들도 물건을 다시 들여갈 수 있었다.


수출을 재개한 빙그레는 중국 시장을 다시 조망했다. 1년 전 몇 달간의 테스트로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을 이미 확인한 상태였다. 빙그레는 수출 전략을 새롭게 짜기 시작했다. 이제 중국은 더 이상 아시아 시장의 일부가 아니었다. 중국은 이미 하나의 거대한 잠재 시장이었다.


새로 수립한 전략은 1년 전과 180도 달랐다. 가장 큰 차이점은 유통망이다. 1년 전에는 일부 상위 소득계층을 타깃으로 설정하여 백화점에 물건을 풀었다. 하지만 수출 재개 이후 가장 공을 들인 유통망은 다름 아닌 편의점 (CVS) 이었다. 편의점을 집중 공략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① 수출 제품의 형태가 달라졌다. 백화점을 선택했던 이유 중 하나는 제품의 온도 유지였다. 냉장

   온도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으면 우유는 금방 상한다. 따라서 일반 매장에 비해 온도 관리가

   엄격한 백화점이어야만 단지 모양의 우유가 제대로 보관 및 진열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출이

   재개된 후 빙그레는 테트라팩만 수출할 수 있었다. 구제역 이후 살균 우유의 수출이 중단되고

   멸균 우유만 들여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통기간이 길고 상온 보관이 가능한 테트라팩만 

   수출해야 한다면 접촉 소비자 수가 제한적인 백화점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테트라팩만 들여갈 수 있게 된 이후에도 단지 모양이 갖는 오리지널리티는 포기하지

    않았다. '바나나맛 우유' 라는 이름은 상표권을 확보할 수 있는 고유명사가 아니기 때문에 

    국내에서 바나나맛 우유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는 단지 모양을 중국에도 소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테트라팩 외부에 단지 모양을 그려 넣었다. 불가피하게 테트라팩만 

    선보이기는 했지만 오리지널 제품과의 연계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고민의 결과였다.

   

② 소비자에 대한 노출 빈도를 최대로 끌어올리고자 했다. 중국 소비자가 바나나맛 우유에 거부

   감이 없고 오히려 새로운 맛으로 흥미를 느낀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초기 시장 확보의 최대 

   관건은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제품의 등장을 알리느냐에 달렸다고 봤다. 편의점은

   소득 수준이나 소비 성향과 관련이 크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

   이다. 소득 수준이 일정선 이상인 소비자로 제한했던 타깃층을 일반 대중으로 확대한 셈이다.





편의점에 들어가는 제품 가격은 할인점 등에 비해 비싸다. 편의점 본사가 떼 가는 마진과 점주가 남겨야 하는 이윤, 다른 유통매장에 비해 많은 배송단계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등이 모두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외 시장을 두드리는 신규 제품의 경우 고급 제품이라면 백화점을, 저가 제품이라면 할인점이나 마트 등으로 먼저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람들이 손쉽게 구입 의사결정을 내릴 만큼 인지도가 높아지면 비로소 편의점에 입점해 오며가며 드나드는 사람들로부터 발생하는 단발성 수요를 흡수한다. 


이런 점에서 빙그레가 편의점에 먼저 물건을 선보이겠다고 결정한 것은 일반적인 시장 확대 로세스에 역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편의점을 초기 유통 채널로 선택했을 때, 빙그레가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 역시 가격이었다. 처음 들여가는 제품, 그것도 오래 두고 쓰거나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닌 일회성이며 소모적인 성격의 간식을 비싼 가격에 선보이면 자칫 구매 시도조차 발생하지 않을 우려가 있었다. 실제로 바나나맛 우유 가격은 중국 현지에서 만들어진 유제품에 비해 2배 이상 비싼 수준이다. 중국산 유제품들이 비슷한 용량에 대체로 4위안 (한화 약 700원) 안팎의 가격대인 데 비해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8.5위안 (한화 약 1,400원) 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은 편의점을 주 채널로 삼은 데 따른 마진구조와 운송에 드는 비용, 높은 원유 함량에서 비롯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빙그레는 '맛' 은 식품의 핵심 경쟁력인 만큼 이 부문에서 확실한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우유 고유의 진한 맛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수출품에 대해서도 가능한 높은 원유 함유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기로 한 것이다. 박중원 팀장은 "원유 함유율을 낮추면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었지만 그보다는 원유 비중을 높여 맛에서 경쟁력을 확보 하자고 생각했다" 고 말했다.


빙그레는 중국 내 주요 도시에 점포망을 두고 있는 편의점 몇 곳을 접촉하며 입점을 시도했다. 

로컬 브랜드보다는 글로벌 브랜드이며 매장 수가 많은 로손, 패밀리마트, 세븐일레븐 등의 담당자들과 지속적으로 만나며 바나나맛 우유를 어필했다. 편의점들의 초기 반응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중국에는 익숙하지 않은 제품이라는 이유가 컸다. 6개월 이상 시간이 소요됐다. 끈질긴 설득 끝에 가장 먼저 입점을 허용한 곳은 로손이었다. 로손은 매장당 1~2개 정도를 시범적으로 깔아보자는 데 합의했다. 2012년 3월의 일이다.


중국에 본격적으로 수출 물량을 늘리기에 앞서 빙그레가 한 일이 하나 더 있다. 중국 내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만' 을 먼저 공략해 입소문을 유도한 것이다. 중국 사업체 중 상당수에 대만 자본이 들어가 있다., 이런 자본 구조 때문에 중국 산업계가 대만에 많이 좌우되다보니 대만에서 인기를 끄는 제품들은 곧바로 중국으로 넘어가 흥행을 일으키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점을 파악한 빙그레는 대만을 중국 시장 진출 전 테스트 기지 및 바이럴 마케팅의 발원지로 삼았다. 대만은 중국에 비해 규모가 작기 때문에 편의점 대신 코스트코 등의 할인점에 먼저 물건을 풀었다. 한국 제품에 우호적이었던 대만 코스트코는 바나나맛 우유를 선뜻 받아들였다. 대만에서도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우유는 우유인데 바나나맛이 나는 색다른 종류의 제품에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한국 제품을 선호하는 대만 소비자, 그중에서도 안전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대만 주부들이 아이들 간식으로 바나나맛 우유를 선호했다. '한국에서 살균 과정을 거쳐 들여온, 맛있으면서 영양 많은 우유' 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수요가 늘었다.


대만에서 성공을 거두자 중국 시장에 대한 확신이 한층 더 강해졌다. 중국 편의점을 뚫기 위해 동분서 주할 때도 '대만 코스트코에서 정육 매대를 내줬다' 는 설명이 로손 담당자를 설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에 앞서 바나나맛 우유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형성된 것은 물론이다.



바나나맛 열풍... 대륙을 휩쓸다.


처음 로손에 들여간 제품은 50박스에 불과했으나 일주일 후 100박스, 그 다음 주는 1,000박스 등 주 물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1년 전 백화점에서의 경험과 대만 시장에서의 성과 등에 빗대볼 때 매출이 괜찮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했으나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세였다. 점포당 제품 회전율이 10회를 웃돌았다. 하루에 10번 이상 물건을 새로 진열해야 했다는 의미다. 입점을 거부했던 패밀리 마트와 세븐일레븐에서도 제품을 받고 싶다며 연락이 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요가 점점 확대되었고 결국 생산이 주문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상하이에 집중됐던 공급을 다른 도시까지 확대하고 편의점 아닌 다른 종류의 매장에도 바나나맛 우유를 진열하기 시작했다.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주문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현지에 직접 공장을 짓는 방식은 고려하지 않았다. 중국인들이 기존의 유제품을 애용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자국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내 유력 제조업체에서 크고 작은 품질사고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중국인들은 비싸더라도 수입 유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았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빙그레는 비용과 시간이 더 들더라도 한국에서 생산하는 방식을 고수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한국에서 만들어진 식품' 이라는 점을 적극 홍보했다. 빙그레가 바나나맛 우유를 처음 선보이면서 주로 사용했던 홍보문구 역시 '한국에서 온 믿을 수 있는 식품' 이었다. 대만 시장에서 자녀를 둔 소비자들이 "내 아이에게 믿을 수 있는 한국산 간식을 먹이겠다" 며 바나나맛 우유를 대량 구매했던 경험에 착안한 결과였다.


예상보다 좋은 반응이 나타나자 빙그레는 여세를 몰아기기 위한 전략을 짰다. 우선 소비자부터 철저히 조사하기로 했다. 바나나맛 우유를 주로 구매하는 소비자층이 누구인지 파악하기로 한 것. 처음 시도한 것은 '갱 서베이 (Gang survey)' 다. 상하이 시내에서 무작위로 행인을 잡아 바나나맛 우유를마셔본 적이 있는지, 그렇다면 어떤 경로로 접했고, 얼마나 자주 마시는지, 어떤 점이 매력적인지 등을 물었다. 마셔본 적이 없다면 아예 모르는 것인지, 아는데 안 마시는 것인지, 어떤 점 때문에 구매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인지, 향후 구매 의향이 있는지 등을 조사했다. 500~600명 정도의 행인을 대상으로 설문했고 구매자와 비구매자 비중이 5대5 정도 되도록 비율을 맞췄다. 


구매자와 비구매자로 나눠 FGI (Focus Group Interview) 도 실시했다. FGI를 통해서는 바나나맛 우유에 대해 느끼는 이미지와 실제 마셨을 때 느껴지는 맛과 향 등을 집중 조사했다. 제품이 들어가 있는 편의점의 매장 바이어나 점주들을 대상으로 유통조사도 벌였다. 제품에 대해 그들이 느끼는 이미지와 다른 음료와 비교했을 때의 특징, 장점이나 약점 등을 분석했다.


여러 조사들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바나나맛 우유를 주로 사가는 소비자는 20~30대 여성 직장인들로, 이들은 보통 오후 3~4시쯤 또는 퇴근시간대 한 번에 10개 이상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근무 중 출출해지는 오후 시간대에 동료들과 함께 바나나맛 우유를 구입해 나눠먹거나 퇴근하면서 사들고 들어가 한 번에 몇 개씩 마시는 직장 여성들이 많다는 의미다. 빙그레는 이들을 주요 고객으로 보고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전략을 짰다.


일단 이들이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젊은 세대라는 점을 반영해 중국말로 된 빙그레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가입자를 대상으로 이벤트를 열었다. 신청을 받아 선정된 사람의 사무실을 깜짝 방문해 제품을 대량으로 배달해주는 '오피스 어택' 이벤트였다. 


하루에도 수차례씩 다양한 사무실을 방문해 바나나맛 우유를 전달했다. 한 달에 100곳 이상의 기업을 방문한 적이 있을 정도로 자주, 그리고 한 번 방문할 때 마다 수백 객의 제품을 제공할 정도로 대규모 이벤트를 진행했다. 초기 수출 물량의 10% 이상을 이벤트 샘플링 물량으로 활용 했을 정도였다. 이는 가급적 많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알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편의점을 초기 유통의 거점으로 삼은 것과 같은 맥락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상하이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이벤트를 열어 주 소비층인 오피스 레이디들에게 어필한 결과, 이들을 통해 SNS상에서 자동적으로 입소문이 퍼졌다. 당첨된 소비자들의 후기가 SNS를 통해 속속 올라오면서 또래 그룹에 자연스럽게 공유됐다. 이들은 오피스 어택을 하나의 놀이로 받아들이고 바나나맛 우유 마니아라면 당연히 참여해야 하는 그들만의 문화로 인식했다.






오프라인에서는 주요 매장 내 시식행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중국 소비자들이 바나나맛 우유를 맛보게 하는 데 주력했다. 바나나맛 우유의 달콤하고 진한 맛을 경험하면 다시 찾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빙그레는 계절별로 온라인 이벤트를 달리한다든지, 충성고객들을 초청해 행사를 갖는다든지, 주기별로 시식행사를 다르게 기획하는 등 온라인을 통한 충성고객 육성과 오프라인을 통한 경험 제공을 병행해 바나나맛 우유의 인지도를 높이고 시장을 확대했다.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의 중국 진출 성공요인 


첫째, 존재하지 않는 시장에 대한 도전 이다.

식음료 제품의 경우 기존의 길들여진 맛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제품 신뢰성 및 안전성 등에 민감한 특징을 지닌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새로운 제품보다는 기존에 익숙한 제품을 선호하는 매우 보수적인 성향을 보인다. 특히 국가 간 식음료의 문화적 차이를 고려할 때 바나나맛 우유의 중국 시장 성공 여부는 사전에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증된 시장만을 공략하기보다는 중국처럼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시장에 대한 진입을 시도한 것 자체가 중요한 성공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경쟁사들이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또는 가공유 시장이 거의 없다는 이유 때문에 중국 시장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은 반면 빙그레는 이런 불확실성을 오히려 새로운 시장 개척의 기회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이는 또한 새로운 해외 시장 진출에서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초기 시장 진출을 통해 선발자로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둘째, 목표 고객에게 맞는 유통채널의 탄력적 선택이 성공적 시장 진입을 도왔다. 

해외 시장의 경우 국내 시장에 비해 시장 환경을 사전에 충분히 파악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이 때문에 사전에 완결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경우 시장 진입 후, 시장에 대한 학습 및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 전략을 탄력적으로 수정하는 능력, 즉 통태적 역량 (dynamic capability) 이 중요하다.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백화점을 통한 초기 시장에서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이를 통해 얻은 소비자 특성, 유통채널, 규제환경 등에 대한 이해를 구제역 파동 이후 시장 재진입 시 새로운 마케팅 전략 수립에 적극 활용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해외 시장에 진입할 때는 처음부터 완성도 높은 전략을 세우는 것보다 시장에서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기존 전략을 지속적으로 수정해나가는 역량이 중요하다. 또한 대만 시장을 중국 시장에 들어가기 전 테스트 시장으로 활용한 것은 이런 학습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대만 기업들의 중국 시장에 대한 영향력, 대만 소비자들과 중국 소비자들의 유사성 등을 고려할 때 테스트 시장의 선정이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실제 고객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이에 맞게 제품 홍보를 진행해서 지속적인 성과를 냈다. 

많은 기업이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는 목표고객을 설정하고 이에 맞는 마케팅 전략 수립에 공을 들이지만 제품을 출시한 후에는 실제 고객이 누구인지 조사하거나 목표 고객과 실제 고객의 차이 분석 및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하기 쉽다. 


빙그레는 중국 내 가공유 시장을 창출한 이후에도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실제 소비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실시해 목표 고객과 실제 고객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오피스 어택' 이벤트는 실제 주요 고객이 20~30대 직장인이고 이들이 10개 이상 다량으로 구매한다는 패턴에 대한 이해가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동일한 제품일지라도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 소비 방식은 시장별로 다양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제 소비자에 대한 이해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 수립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된다.


이 같은 고객 중심적 마케팅 노력은 유통채널의 선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유통채널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채널 진입의 용이함을 기준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 목표로 하는 고객의 관점에서 결정함으로써 시장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태그

이전 글

*

*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