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 갈 길 바쁜 기업의 발목을 잡는 '부서 이기주의'



대부분의 기업들은 현재의 사업모델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에 너무 바쁜 나머지 새로운 영역을 탐색하면서 혁신을 이끌어내기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혁신 컨설턴트 '사울 카플란 (Saul Kaflan)' 은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부서 이기주의」로 인한 조직 장벽을 극복하고 내부에 있는 역량부터 재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혁신은 현 없는, 늘 새로운 것이 아니라 지금 곁에 있지만 간과한 사소한 것에서부터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로는 쉬워 보이지만 내부 역량을 결집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는 듯 하다. 2010년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 에서 직장인 6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9명이 부서간 장벽을 느꼈다고 답했다. 경쟁 상대는 외부 기업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내부 조직끼리 견제하고 눈치를 보느라 에너지가 비효율적으로 낭비되는 것이다. 




부서 이기주의가 심화되는 이유 >>



1. 성장의 둔화로 인한 자원의 한정


경기 성장이 둔화되면서 기업의 성장세도 둔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이 혁신과 성장을 위해 투자 할 수 있는 가용 자원도 줄어들었다. 한정된 자금과 인력을 놓고 조직 내 각 부문들이 필요한 자원 확보를 위해 경쟁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내부 협력 보다는 부서 이기주의가 강해지기 쉽다. 특히 회사의 수익성이 악화되었을 때, 가장 약한 조직이 분해되거나 없어지는 것을 경험한 기업의 경우,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질 수 밖에 없다.




2. 잦은 조직 재편성으로 인한 구성원 불안 증가


급변하는 시장 환경 및 고객의 요구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최근 들어 많은 기업들이 조직 재구조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조직 재구조화가 이루어질 때마다 일어나는 특징 중 하나는 권력과 권한관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면서 구성원들의 불안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기존의 영역을 고수하기 위한 행동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조직 재구조화로 구성원 개인 혹은 자신이 속한 부서의 업무 영역 및 권한이 축소되거나 원래 하지 않아도 되던 일까지로 범위가 확대되는 것에 대해 구성원들은 거부감을 갖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다른 부서와 함께 협력하고 의견을 조율하기보다는 먼저 자신이 속한 부서의 영향력을 확보하고 고수하려는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



3. 성과주의 인사로 인한 치열한 내부 경쟁


성과주의 인사 시스템이 단기 성과 중심에 기반한 상대평가로 차별적 금전적 보상에만 집중될 경우 부서 이기주의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럴 경우 구성원들은 자신이 속한 부문의 일이 아닌 경우에는 관여하려 하지 않고, 협업을 통해 조직 전체 성과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남 좋은 일 시킨다' 의 관점에서 소극적으로만 협력한다. 이럴 경우 내부 협력보다는 부서간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부서 이기주의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




부서 이기주의의 부작용 >>

 


1. 새로운 도전을 가로막는 부서 이기주의로 혁신과 멀어진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 (Microsoft) 는 꾸준한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수 많은 기회를 놓친 불운한 기업, 혁신의 동력이 부족한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2010년 2월 뉴욕타임즈의 한 칼럼에서 한 때 마이크로소프트의 부사장으로 재직했던 '딕 브라스 (Dick Brass)' 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굳건한 소프트웨어 기반 부문의 실적으로 인해 마치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부 분열로 인해 신사업들이 번번히 실패하는 등 실제로는 쇠퇴하고 있다면서 이와 관련된 단편적인 사례들을 소개하였다. 


자신이 재직하고 있을 당시 아이패드 보다 앞서 2001년 태블릿 PC를 만들고 있었지만, 오피스를 담당하고 있던 부사장이 태블릿 PC의 컨셉이 맘에 들지 않고 성공 가능성이 없을 것 같다는 이유로 태블릿 PC에 오피스를 연동시키는 것에 협력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태블릿 PC 개발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음에도 끝내 시장을 선점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e-book 등의 스크린 상에서 문자의 가독성을 높여주는 클리어 타입 (Clear Type)이라는 기술을 개발했지만, 다른 영역의 성공을 견제한 기존 오피스 부문에서 이 기술에 대한 헛소문을 퍼트리고 통제하려는 등 견제가 심해 결국 이 기술이 빛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자원과 역량,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우수 인재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신사업을 통한 혁신적 변화와 시장 선점의 기회를 놓친 마이크로소프트를 통해 부서 이기주의의 무서움을 엿볼 수 있다.




2. 내부 분열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빼앗긴  <소니>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워크맨, CD 플레이어까지 한 때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며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소니 (Sony) 는 어느새 과거의 영광을 잃은 기업의 대표주자로 불리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MD (Mini Disc) 플레이어' 의 실패 이후 시장을 선도하던 휴대용 음악기기 분야에서 주도권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실패의 원인으로 내부 조직 간의 이기주의에 의한 갈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003년 소니는 부문간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트렌스포메이션 60 전략' 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과는 달리 정작 시너지가 일어나야 할 소니의 '전자' 와 '컨텐츠 사업 부문' 은 부서 이기주의로 인해 각자의 영역을 지키려다 서로에게 손해를 입히게 된다.


MD 플레이어가 속해 있는 전자 부문에서는 소니가 주요 음반 회사를 갖고 있다는 지위를 이용하여 유용한 컨텐츠를 활용해 자사의 기기를 음악계의 표준 기기로 만들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다. 반면 컨텐츠 부문 입장에서는 MP3, 아이튠즈 등의 등장으로 음악의 공유와 기기의 연결이 자유로워짐에 따라 음원의 불법 복제가 두려웠기에, 소니 뮤직의 저작권을 강력하게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 


또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아이튠즈와 같이 자사의 음원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을 거부하였다. 이 두 부문간 이해 관계 상충은 시너지는 커녕 분열을 일으키는 결과를 가져다 주었고, 결국 시장과 환경의 흐름을 놓치게된 소니는 사용자들의 니즈를 완전히 외면하고 말았다. 이미 시장의 대세이던 MP3 파일 포멧을 거부한 채 자사의 휴대용 음악 기기에서만 지원되는 ATRAC 라는 고유의 파일 포맷만을 고집하는 오만함에 빠지게 되었고, 아이튠즈라는 컨텐츠 플랫폼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였다.


결국 소니는 음악 기기와 컨텐츠라는 기존에 자신들이 선도하고 있던 유력 분야에서 애플에게 그 지휘를 빼앗긴 후 이제는 혁신, 시장선도와는 거리가 먼 기업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하나 >>

 

부서 이기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에게 협력의 문화를 강조하는 것 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조직 차원에서의 관리와 대안이 반드시 필요하다.




1. 정확한 현상 파악이 우선


부서 이기주의는 조직 내에서 '업무 협조가 안된다', '정보 공유가 어렵다' 등의 구성원들의 말을 통해 막연히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말 필요한 것은 조직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서간의 이기주의가 심하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부서와 부서 사이에 걸쳐져 있는 일은 안 하려고 한다거나, 협조가 어려워 특히 일 처리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일 자체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는 것인지, 조직 구조가 문제인지 원인을 찾아내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



2. 인사 제도의 보완   


조직 전체적으로 부서 이기주의가 만연하다면, 이는 인사 제도 상의 문제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서 단위의 성과에 대한 보상이 클 경우 구성원들은 당연히 자신이 속한 부서에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으려고 한다. 심한 경우 다른 부서와 이견이 있을 수 있는 업무가 있을 때는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체 관점의 보상을 강화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월트 디즈니 (Walt Disney) 사의 '30% 협업 성과 보상' 이 좋은 예이다. 


놀이 동산, 영화, 만화, 캐릭터 등 다양한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는 디즈니는 각 사업부문 간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사업부간 시너지 창출을 위해 임원 급여에 영향을 미치는 평가의 70%는 자신이 속한 사업부의 매출로, 나머지 30%는 다른 사업부와의 협력을 통한 매출액으로 정해 긴밀한 협업을 유도하고 있다.


특정 부서 간의 이기주의가 특히 심할 경우, 인력 순환배치를 고려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 부서에서만 장기간 근무할 경우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더욱 자신이 속한 부서의 논리에만 빠지거나 갈등이 일어나는 상대편 부서를 이해할 여지가 줄어들게 된다. 업무상 빈번한 대립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부서의 경우에는 주기적인 인력 교류를 통해 부서 이기주의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3. 경영진의 문제 인식 및 대응


마지막으로 부서간 협력을 장려하고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경영진의 노력이 필요하다. 부서 간의 갈등과 이기주의가 있을 때 해당 조직들은 서로의 이익에 빠져 더 큰 그림을 보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 상위의 리더가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 나가려고 할 때, 구성원들이 회사 전체 관점을 가지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변화에 뒤쳐지지 않고 끊임없는 혁신으로 시장을 선도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이런 노력을 발목 잡는 것은 불확실한 환경일수도, 바짝 뒤쫓아 오는 경쟁사일 수도 있지만, 혹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기업 내부의 부서 이기주의는 아닌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즉, 혁신의 시작은 조직 내부의 협력과 융합을 통해 역량을 결집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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