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 성장에서 성과위주로의 변신.. 머스크 정상에 서다.



<조직문화> 성장에서 성과위주로의 변신.. 머스크 정상에 서다.



'조직문화 혁신' 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글, 애플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이나 3M, 넷플릭스처럼 임직원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문화를 가진 기업을 우선적으로 떠올린다. 그러나 일하기 즐거운 기업으로 변하는 것만이 조직문화 혁신은 아니다. 산업 환경 변화에 맞게 때로는 즐겁고 자율적인 문화를 가졌던 기업이 지루하고 딱딱한 기업으로, 또 성장 잠재력을 희생하고 수익성과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성과위주 문화의 기업으로 변하는 것도 필요하다. 




산업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성장 위주의 기업에서 성과 위주의 기업으로 변신한 대표적인 예로 덴마크의 머스크 그룹 (A.P. Moller-Maersk Group)을 들 수 있다. 머스크그룹의 주력 회사는 덴마크의 대표 기업이자 세계 최대의 해운회사인 머스크라인 (Maersk Line) 이다. 덴마크 사람들에게 머스크는 한국의 삼성, 핀란드의 노키아 같은 대표 기업이다.


머스크는 평생 고용, 가족적인 분위기, 해외 지사에 대한 과감한 권한이양 등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인 해운회사로 꾸준히 성장해왔다. 그러나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약 10년간에 걸쳐 일련의 구조조정,혁신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과거의 전총을 상당 부분 버리고 새로운 회사로 재탄생했다. 중앙집권적 통제, 효율성과 프로세스를 중시하고 냉정한 성과평가를 실시하는 기업문화로 변신한 것이다. 직원들의 업무 효율은 좋아졌지만 충성도는 떨어지고 이직률은 올라갔다. 25만 명을 넘던 직원 수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10만 명선으로 줄었다.


이런 구조조정과 조직문화 변화의 결과 현재 머스크는 세계 해상 운송 시장에서 독보적인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15.2%, 600척 이상의 화물선을 움직여 연간 3,600만 개의 컨테이너 운송, 2014년 상반기 매출 13조 6,000억 원, 영업이익 1조 900억 원 등 눈부신 실적을 거두고 있다 (참고로동일 기간 글로벌 해운업계 상위 15개사 중 오직 4개사만이 적자를 면했다) 영업이익률은 경쟁사들 보다 최소 5%포인트 이상 높다.




●  머스크의 조직문화 변화 과정


'머스크맨' 문화로 고성장

1904년

  머스크라인 설립

1950년대

  컨테이너 박스의 발명, 해운산업 표준화 

1973년

  머스크 해운 컨테이너 정기운송 서비스 시작 

1984년

  사내 e메일 시스템 MCS 도입 

1993년

  고졸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 MISE 시작 

1999년

  시랜드 (Sealand), 사프마린 (Sadmaarine) 합병

조직 문화 급변기

2002년

  '스타라이트' 프로젝트 시작

2005년

  P&O 네드로이드 합병   

2005년

  내부 프로세스를 통합/재정비하는 '프로세스 엑설런스' 프로젝트 시작 

2008년

  '스트림라인' 프로젝트 시작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해운산업 불황 시작 

2009년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 MISE 폐지 

2009년

  창사 후 첫 적자 (전쟁기간 제외) 

저성장, 수익성 중심 문화 안정화

2011년

  '뉴 노멀' 선언 

2012년

  '프로젝트 클래러티' 시행 

2014년

  상반기 영업이익 1조원 돌파 

2014년

  '2M' 연합 형성 (2위 업체 MCS사와 선박 공유협정) 



●  머스크의 조직문화 개조 Ⅰ : 사내 e메일 문화의 변화 



머스크라인의 예전 조직문화를 가장 잘 보여준 것으로 'MCS' 라는 전자메일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이 시스템은 1984년에 도입되어 2000년대 중반까지 쓰였다. 




MCS는 검은색 화면에 투박한 녹색 글씨로 이루어진 단순 텍스트 기반 시스템이었으나 당시에는 첨단 기술이었다. 국가 간 통신이 중요한 해운업계에서는 이전까지 텔렉스를 주로 사용했는데 텔렉스는 전보처럼 글자 수를 따져 과금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간결하게 메시지를 줄이는 것이중요했다. 또 머스크 특유의 실용적 문화까지 겹쳐 직원들은 MCS 시스템에서 전자메일을 보낼 때도 하고자 하는 말을 최대한 줄여 썼다. 또한 회사는 개인별 전자메일 주소 대신 부서별, 직무별 전자메일 주소를 부여해 사람이 바뀌어도 업무에는 차질이 없도록 했다.


이런 시스템은 1990년대 말부터 문제점을 드러냈다. 머스크와 거래하는 외부인들에게는 부서별 또는 직무별 전자메일 주소가 익숙하지 않았다. 특히 2005년 P&O사를 인수한 이후 기존 P&O 측 직원들이 머스크 측 직원들을 예의 없고 무례하다고 지적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2000년대 말 조직문화가 바뀌면서 MCS 시스템은 자연스럽게 사장되었고 메시지를 짧게 줄여 쓰는 문화도사라졌다.  



●  머스크의 조직문화 개조  : '스타라이트' 와 '스트림라인'



머스크는 북유럽에 기반을 둔 회사답게 고품질 서비스를 지향하는 해운사였다. 즉, 정시 운항을 가장 중시했다. 코펜하겐에서는 '머스크 배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시계를 맞춰도 된다' 는 말이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해운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범용화 (commiditization) 되면서 업계에 가격경쟁 바람이 불었다. 2000년대 초중반 해운업 호황기에는 전세계 해운사들이 앞다퉈 대형 컨테이너선을 주문했다. 




컨테이너 운송 산업이 공급과잉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변화를 감지한 머스크는 2002년에 베인컨설팅의 도움을 받아 '스타라이트 (Starlight)'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스타라이트는 비용 절감과 서비스 표준화를 위해 해외 지사의 권한을 축소하고 본사의 통제를 강화하려 했다. 그러나 자율성을 중시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좋아하는 조직 문화와 정면충돌하면서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스타라이트로 촉발된 내부 논의와 권력 투쟁은 역설적으로 머스크 경영진이 조직 문화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눈뜨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무리 좋은 전략이라도 문화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제대로 시행될 수 없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다.


이런 교훈을 바탕으로 시2008년에 시작한 '스트림라인 (StreamLINE)' 구조조정 및 혁신 프로그램은 조직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작업과 함께 진행됐다. 당시 새로 취임한 '아이빈드 콜딩' 은 자신이 참석하는 회의 문화부터 중앙통제식으로 바꿔 자율성을 중시해오던 직원들에게 강력한 신호를 줬다. 또한 직원의 상대평가 제도와 새로운 리더십 트레이닝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지금까지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던 홍보와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역량도 강화했다. 시행 초기에는 각 해외지사 간 브랜드 전략이 일치하지 않고 새로 인수한 회사 구성원들과 마찰이 생기는 등 문제점이 도출되었지만 시행착오 과정을 거치며 점차 개방적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정착되었다.



●  머스크의 조직문화 개조  : 사라진 '머스크맨' 문화


1990년대까지 머스크는 고도성장기 한국의 대기업 종합상사나 건설/엔지니어링 회사를 연상시키는'머스크맨'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가족적이면서도 진취적이고, 직원 개개인에게 큰 자율성을 부여하는 기업가적 문화 (entrepreneurship culture) 였다. 머스크맨은 거칠고 강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 좋아했다.




머스크맨의 상징은 'MISE' 라는 채용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친 18~20세의 젊은 남성이 대상이었다. 전문지식이 없어도 건전한 상식을 갖추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덴마크 청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기에 대학 졸업장은 요구하지 않았다. 머스크의 미래 리더들을 양성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한 기수당 최대 500명 가까이 뽑혔다. 이들은 한국 대기업의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처럼 규율이 강한 교육 프로그램에 투입됐다. 3번 지각하면 바로 퇴사 조치됐다. 

교육 중 복장은 항상 정장차림이고 셔츠나 양말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집에 돌려보낸 사례도있었다. 프로그램의 마지막은 동기애를 키우기 위한 4일간의 서바이벌 야영 훈련이었다.


이런 군대식 교육을 마친 MISE 신입사원은 2년간 세 곳을 돌며 국내 근무를 마친 후 다시 2년간 해외의 소규모 지사로 파견됐다. 이들은 불과 20대 초반의 나이에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열악한 지역에 위치한 해외지사에서 나이와 경력에 상관없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본사의 간섭은 최소화됐고 매출 확장을 위해서 많은 권한을 받았다. 또한 머스크의 기업 문화를 해외 사업장에 전파하는 문화 전도사의 역할도 수행했다.


열심히 일하고 진취적인 머스크맨이라는 정체성은 2000년대 들어 급격하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우선 덴마크 젊은이들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면서 고등학교 졸업생 중에서 MISE 프로그램에 들어갈 좋은 인재를 찾기 힘들어졌다. 또한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충성도가 낮아지고 이직을 부끄럽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굳이 많은 비용을 들여 MISE 같은 교육을 시킬 필요가 없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교육생들 사이에서도 '지각 3번 하면 해고' 와 같은 정책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불만이 쌓여갔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2009년 폐지되었고 주로 대학 졸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연하고 현대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대체되었다.


한편 머스크의 또 다른 특징이었던 해외지사 위주의 경영 문화 역시 변했다. 예정에는 각 국가의 지사마다 별도의 업무 프로세스를 갖고 있었고 필요한 경우 본사의 사전 허가 없이 자사장 재량으로 신규 사업을 시작하거나 현지 법인을 만들 수 있었다. 빠른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부터는 글로벌 차원의 비용 절감을 위해 국가 간 프로세스의 통합이 중요하게 생각되면서 본사와 지역본부의 통제가 강화되고 지사에서 근무하는 현장 직원들의 권한은 축소됐다. 


출 성장과 확장보다는 수익성 향상에 초점을 둔 성과주의 문화가 대세가 되었다. 평생직장 개념은 사라졌고 대신 야근과 주말근무가 줄어들어 직원들에게 많은 여가시간이 주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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