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1등 효과는 조코비치를 최강자로 키웠다.



1등 효과는 조코비치를 최강자로 키웠다.


2014년 11월 16일 저녁, 영국 런던에 있는 O2 아레나에 모인 18,000명의 관중들은 화가 나 있었다.한 해 성적을 기준으로 상위 8명이 챔피언을 가리는 프로 테니스 투어 마지막 대회인 왕중왕전(ATP World Tour Finals) 의 결승이 18시에 예정되어 있었다. 세계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 와 오랜 기간 세계 테이스계를 지배해온 로저 페더러 (Roger Federer) 가 결승전에 올랐다. 


세계 랭킹에서도 1,2위가 맞붙는 경기인 만큼 관중들의 기대는 대단했다. 그런데 경기 시작 30분 전 페더러가 스웨터 차림을 하고 경기장으로 걸어 들어왔다. 부상으로 도저히 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팬들에게 사과 인사를 하러 나온 것이다. 전날 벌어진 준결승전에서 2시간 48분의 혈투로 허리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도저히 조코비치와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조코비치는 2012년부터 내리 3번 왕중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비록 결승전은 부전승이었지만 예선에서는 상대 선수를 일방적인 스코어로 제압했다. 왕중왕전이라 모두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춘 선수들인데도 조코비치 앞에서는 제 기량을 펴지 못했다. 사실 페더러가 경기를 포기한 것도 조코비치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웬만한 부상을 입어도 결승전이라면 진통제를 맞고서라도 경기에 임하는 게 일반적이다. 경기 시작 두 시간 전까지도 경기를 할지 고민했던 페더러는 어차피 질바에야 더 심각한 부상을 방지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처럼 조코비치는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고 평가받는 페더러마저 두려워하는 선수가 되었다. 사실상 조코비치는 2011년부터 세계 테니스계를 지배하고 있다. 지난 4년간 조코비치가 테니스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금 액수를 보면 알 수 있다. 조코비치는 2011년부터 매년 1,000만 달러가 넘는 상금을 벌어들이고 있다. 한 해 1,000만 달러가 넘는 상금을 탄 경우는 나달이 2회, 페더러가 1회에 불과하다. 조코비치는 2014년까지 통산 48승, 메이저대회 7승을 거뒀지만 상금 액수에서 알 수있듯이 주로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천재였지만 만년 3위에 머물렀던 조코비치 >>


조코비치는 20세가 된 2007년에 테니스계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2006년에 비교적 규모가 작은 대회에서 우승을 거둔 후, 2007년에는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에서 준결승에 올랐고, US오픈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캐나다에서 열린 마스터스 대회에서는 당시 세계 최고였던 나달과 페더러를 연달아 격파하고 우승해 세계 랭킹을 3위까지 끌어올렸다. 이런 상승세는 이듬해까지 이어져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처음으로 우승하며 세계 최고의 기량을 입증했다. 그는 4대 메이저대회에서 준결승 이상에 모두 오른 역사상 가장 어린 선수가 됐다.




그러나 무서운 상승세로 랭킹을 끌어올린 조코비치는 좀처럼 최정상까지 올라가지 못했다. 그는 한 대회에서 우승하면 다른 대회에서는 손쉽게 탈락하기도 해 1%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대적으로 랭킹이 낮은 선수에게 무기력하게 지는 것도 문제였지만 중요한 대회에서 페더러나 나달을 만나면 그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심지어 경기 도중 시합을 포기하고 기권으로 상대에게 승리를 헌납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이처럼 4년 동안 3인자 자리를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1년 갑자기 세계 랭킹 1위로 도약한 것이다. 그해 파죽지세로 41연승을 한 이후 조코비치는 완전히 다른 선수로 거듭났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이전과 테니스 실력에서 엄청난 향상을 보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주무기도 같고, 략이나 스타일도 변하지 않았는데 성적이 월등히 향상됐다. 조코비치에게 무슨일이 일어났던 걸까?



모든 게 시작된 2010년 데이비스컵 우승 >>


2010년은 조코비치에게 매우 어려운 시기였다. 준수한 서브를 구사했지만 강력한 무기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한 그는 미국인 코치를 영입해 서브를 중점적으로 연습했다. 결과는 역효과였다. 그 코치는 조코비치의 서브 폼 자체를 완전히 바꾸기를 원했는데 오히려 더블폴트만 양산하는 등 서브가 불완전했다. 결국 그 코치와 결별하고 이전 폼으로 되돌아왔다. 이 과정을 시즌 중에 겪다 보니 전반기에 좋은 성적이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조코비치가 2010년 내내 최선을 다한 대회가 있었는데 바로 데이비스컵이었다. 데이비스컵은 테니스 올림픽으로 불리는 국가대항전으로 상위 16개 국가가 1년 동안 토너먼트를 통해 우승을 결정짓는다. 컨디션 난조에도 그는 최선을 다했다. 결국 프랑스와 맞붙은 결승전에서 2승을 따내 한번도 우승한 적이 없는 세르비아에 우승컵을 안겼다.


우승의 참맛을 본 조코비치는 도약했다. 힘겨운 상황에서도 우승을 제대로 경험하면서 달라진 것이다. 이처럼 우승이나 1등을 경험하게 되면 몇 가지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1등 효과 >>


▶ 자신감이 생겨 과감한 시도가 가능




1등을 경험하게 되면 자신감이 생긴다. 그래서 적극적이 되고 과감해진다. 승리를 경험하게 되면 생명체를 공격적으로 만드는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분출된다. 이렇게 분출된 테스토스테론은 뇌의 화학적 상태를 바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수치를 높여준다. 도파민은 동기부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즉, 도파민은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하게 하고 행동에 나서게 만든다. 테스토스테론은 도파민에 민감한 뇌에 영향을 줘 우리가 자신감 있게 느끼도록 생각과 감정을 바꿔놓는다. 그러면 우리는 더 과감해지고, 긍정적이 되며, 위험을 잘 감수하고, 고통을 견딜 수 있는 한계점도 높아진다.

  

조코비치 역시 2010년 데이비스컵 우승 이후로 플레이가 더 과감해졌다. 특히 2011년 당시 세계 랭킹1위였던 나달을 완벽하게 공략했다. 나달은 빠른 발과 강한 톱스핀으로 에러가 나지 않는 스트로크를 구사하기 때문에 웬만한 공격은 모두 받아내는 수비의 천재다. 페더러를 포함해 그때까지 나달의 수비를 뚫은 선수는 없었다. 조코비치는 나달과 맞서 코트 안으로 한발 더 들어가 거세게 공격했다. 왼손잡이인 나달의 포핸드를 향해 조코비치는 자신의 주무기인 백핸드로 강하게 공격했고 나달은 밀리기 시작했다. 2011년 결승전에서만 6번 만났는데 처음에는 나달에게 가까스로 이겼지만 나중에는 손

쉽게 위축시키는 징크스를 만들기도 했다. 특히 나달이 강점을 보인 클레이코트에서까지 완벽하게 이겨 나달의 천적이 됐다.



 자존심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 유지


1등을 경험하게 되면 자심감과 함께 자존감이 생긴다. 자존심은 힘은 상황에서도 1등을 유지하게 도와준다. 이와 관련해 프로골퍼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신기한 현상이 있다. 실력이 비슷한 선수들 중 어떤 선수가 한번 우승하고 나면 그 이후의 성적이 달라진다고 한다. 우승을 한 이후에는 컨디션이 나빠도 좀처럼 톱 10에서 벗어나는 일 없이 상위권 성적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연습할 때 보이는 수치를 보면 실력은 그대로라는 사실이다. 이는 우승을 경험하고 자존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조코비치 역시 2011년부터 확실히 달라진 것은 대회에서 컨디션이 나빠도 초반 탈락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졌다는 것이다. 2012년 몬테카를로 마스터스 16강전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시합을 해 아침에 연습하던 중 조코비치는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스키 코치였던 할아버지는 스포츠 가문의 틀을 잡았고 조코비치를 아낌없이 지원하고 사랑했다. 조코비치는 충격을 받았다. 연습을 멈추고 슬픔에 잠겨 있다가 경기에 출전했다. 실수를 연발하며 1세트를 무기력하게 내줬으나 곧 마음을 가다듬고 경기력을 회복해 2,3세트를 연속으로 따내며 승리했다. 이날 경기를 보면 '내가 1등인데 너한테 질 수야 없지' 라는 생각으로 싸운다는 게 느껴졌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그는 수건으로 얼굴을 감싸고 울었다. 결국 이 대회에서도 결승에 진출했다. 


이처럼 조코비치는 데이비스컵 우승 이후 대부분의 대회에서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2011년부터 메이저대회에서 단 한번 8강까지 올랐고 모두 준결승 이상의 높은 성적을 거뒀다. 



 끈기로 어려움과 장애물 극복


1등을 경험하면 끈기가 생겨 어려움을 더 잘 극복하게 된다. 1등을 해본 사람이나 기업이 모두 처음부터 정신력이 강했거나 끈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1등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힘든 고비를 넘기면 목표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끈기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마지막 한 고비를 못 넘고 포기하는 사람이나 기업은 이것을 모른다. 목표점을 모르면 인내력도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기업의 브랜드 투자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흔히 성공한 기업이 브랜드 투자에 돈을 많이 쓰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결코 그들에게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브랜드 투자는 R&D나 생산에 투자하는 것처럼 그로인한 이득을 쉽게 계산하기 어렵다. 그러나 성공한 기업은 브랜드 투자가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갑자기 커다란 효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그들은 목표로 가는 길을 알기 때문에, 그것을 모르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낭비하는 것처럼 돈을 쓰는 것이다.


또한 1등 경험으로 생겨난 자존심도 끈기를 만든다. 목표가 높아졌으니 정신력이 강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2010년 데이비스컵 우승 이후 조코비치는 정신력에서 확연히 달라졌다. 이전에는 위기를 맞게 되면 포기하거나 심지어 기권하는 경기가 많았지만 2011년 이후 그는 매 경기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러 번의 극적인 시합을 만들어내 팬들을 놀라게 했다. 2011년 US오픈을 우승할 때 준결승전에서 페더러를 만났다. 




페더러의 컨디션이 좋아 조코비치는 2세트를 내리 내준 후 3,4세트를 힘겹게 따라갔다. 마지막 5세트에서 페더러가 5-3으로 앞선 상황에서 서브를 하게 됐기 때문에 거의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40-15로 페더러가 한 포인트만 따내면 승리하는 매치포인트에서 조코비치는 도박에 가까운 과감한 포핸드 샷을 휘둘러 위기에서 탈출했다. 그리고 두 손을 위로 흔들며 관중들의 환호와 박수를 유도했다. 백전노장인 페더러도 이런 상황에 당황했는지 더블폴트를 하며 다 이긴 게임을 내줬다. 이 고비를 넘긴 조코비치는 결승에서는 나달을 이기며 첫 US오픈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과거 테니스 스타인 존 멕켄로는 이 샷을 테니스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샷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작은 1등을 많이 만들어라 >>


이처럼 1등 효과는 대단하다. 물론 1등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모든 1등이 처음부터 거창한 효과를 거두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승리할 수 있는 작은 곳에서부터 1등을 경험한 후 영역을 넓혀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창의성 분야의 대가인 하버드대의 애머빌 (Teresa Amabile) 교수는 이와 관련있는 연구를 통해 위와 같은 사실을 입증했다. 7개 회사에서 26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238명의 회사원들로부터 평균 4개월 동안 프로젝트에서 일어난 업무의 세세한 과정과 다양한 일화, 그때 느낀 개인적인 감정 등을 일기에 쓰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얻어진 1만 2,000건의 일기 자료를 분석해서 어떤 상황에서 혁신적인 성과가 나오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여러 가지 요인 중에서도 매일 경험하는 작은 성공 체험의 역할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작은 1등 효과인 것이다.


이비스컵은 국가를 위해 뛴다는 자부심은 있지만 상금도 없고 랭킹 포인트도 적기 때문에 프로 수들은 그렇게 중요한 대회로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톱 랭커들은 한두 번 참가한 후 부상이나 빡빡한 경기일정을 핑계로 빠지기 일쑤다. 그러나 조코비치에게 데이비스컵은 작은 대회로만 기억되지 않을 것이다. 그를 진정한 챔피언으로 도약시킨 큰 대회로 기억할 것이다. 작은 성공은 1등 효과를 경험한사람들에게는 결코 작게 느껴지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출처: 동아비즈리뷰 168호(2015.01.01) /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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