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천하의 스타벅스, 프랑스에선 쓴 잔!





1971년 미국 시애틀에서 처음 문을 연 스타벅스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커피 체인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에 약 1만 2000여 개, 전 세계에 약 2만여 개의 체인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전히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스타벅스는 자국 내 성공에 힘입어 2004년부터 "구대륙" 진출을 모색했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8년 간 프랑스에 진출해 63개의 체인점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프랑스에서도 젊은 "미드(미국드라마)"팬들, 현지 음식에 적응 못하는 외국인들,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하려고 노트북 가지고 매장에 와서 업무를 처리하려는 프리랜서 등은 스타벅스를 찾았지만 프랑스 주류 커피시장에서는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프랑스뿐 아니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오스트리아 비엔나 등 구대륙의 심장부에서는 프랑스에서와 마찬가지로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스타벅스의 프랑스 진출 실패에 대해서는 미국 신문에서 여러 가지 분석 자료들을 내놓았다. 그간의 분석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갔다.


첫째, 프랑스인들의 60%가 에스프레소 원액을 마시는데 스타벅스 커피는 여러 가지 크림과 시럽을 섞어 만들기 위한 원액이어서 원액 그대로 마시기에는 너무 쓰다.

둘째, 프랑스인들은 카페를 친구들과 긴 시간 동안 마주 앉아서 마음껏 수다를 떠는 장소로 이용해 왔기 때문에 스타벅스의 주 수입원인 "테이크아웃" 사업이 부진할 수 밖에 없다.

셋째, 프랑스인들의 까다로운 취향에 맞는 인테리어 설치 비용이 너무 비싸다. 그 밖에도 유럽의 비싼 인건비와 임대료도 이윤을 내기 어려운 구조를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프랑스인들은 걸으면서 음식을 먹지 않는 전통이 있다. 


따라서 스타벅스의 아이콘인 "큰 잔"을 들고 다니면서 거리에서 커피를 마시는 "트렌디 피플"의 이미지가 판매에 도움을 주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었다. 이 모든 분석들을 종합해 보면, 프랑스인들은 워낙 오랫동안 커피를 즐겨왔던 까닭에 "커피는 이런 것이다", "카페는 이런 곳이다"라는 고정관념이 강해서 스타벅스 같은 혁신적인 영업 방법을 정착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스타벅스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가 짧은 나라인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혁신을 통해 성공을 거둔 비즈니스 모델을 오랜 역사를 가진 구대륙 국가에 옮겨 심을 때마다 기업들은 어려움을 겼는다. 이처럼 편리와 실용을 중요시하는 신대륙 기업이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고정관념과 전통을 이해하지 못해서 실패하는 사례는 상당히 많다.




혁신적 미국 기업에게 프랑스는 구대륙 국가 중에서도 가장 적응하기 힘든 시장이다. 자국의 생활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1997년 미국 햄버거 체인 버거킹 역시 프랑스 진출 후 수익이 저조한 나머지 손실이 큰 체인점 39곳의 문을 닫은 적이 있다. "디즈니랜드 파리"는 프랑스 사람들의 고용 문화와 교육 환경을 이해하지 못해 1990년대부터 프랑스인들의 격렬한 반대 시위에 시달려 "문화 체르노빌"이라는 악명까지 얻었다. 디즈니사는 와인 없이는 식사를 하지 않는 프랑스 인들의 취향에 맞춰 장내 식당에서 알코올 금지를 해제하는 등 여러 노력을 했지만 디즈니랜드 파리 오픈 20주년인 2012년에 수익을 내기는 커녕 빚만 19억 달러(약 2조 3000억 원) 지게 됐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신대륙 개척으로 만들어진 나라들은 몇 천 년의 역사를 이어온 "구대륙"과 매우 다른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런 경험들은 문학, 예술, 영화 등 인문학적 자료로 축적돼 후세들에게 전파된 일종의 후천적 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신대륙/구대륙 문화 DNA 차이를 생성시켰다.



01 >  신대륙


극단적 개인주의

신대륙이라는 용어는 "아메리카"라는 대륙 이름의 어원이 되기도 한 "아메리고 베스푸치"라는 사람이 만들었다. 아메리카 대륙에 첫발을 디딘 유럽인은 콜럼버스지만 그는 자기가 다녀온 장소를 인도라고 믿었다. 아메리고 베스푸치는 브라질 여행 및 포르투갈 해군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유럽의 서쪽에 어마어마한 신대륙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당시 유럽 최고 재벌인 메디치에게 쓴 편지에 "Novus Mondus" 즉,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 단어는 아직도 유럽인들의 언어 습관에 남아 유럽인들은 유라시아 대륙을 "Old World", 미주/남주/호주 등을 "New World"라고 구분해서 부른다.




유럽에서 처음으로 주국을 버리고 신대륙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대체로 정부의 보호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먼 땅에서 자력으로 땅을 일구고 마을도 세웠다. 땅은 넓고 노동력은 턱없이 부족하여 모든 것을 자급자족한 것이다. 즉 인구 밀도가 극도로 낮고 자연재해의 위험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던 개척 시대의 신대륙에서는 학벌, 나이, 혈통 그 어느 것도 생명의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없었다. 따라서 오로지 혼자의 노력과 힘으로 자신과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했다. 그래서 신대륙에서는 지독한 개인주의가 발달했다.


네덜란드의 비즈니스 스쿨 교수인 찰스 햄든-터너와 알폰즈 트랜포나의 연구는 이런 사실을 잘 보여준다. 두 교수는 여러 나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좋은 근무 환경"에 대해서 연구해본 결과 구대륙과 신대륙 사람들의 사고와 문화에 매우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컨대 개인 실적 위주로 상벌이 주어진 회사를 A라 하고, 사원들의 공동체로서 일과 이익을 나눠 갖는 회사를 B라고 한 후 "어떤 기업에서 일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미국/캐나다/호주 등 신대륙 사람들 90%가 A를 골랐다. 그만큼 신대륙 사람들은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선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는 뜻이다. 또 남들과 운명을 같이하기 싫어하는 문화를 지니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독일/이탈리아/벨기에/프랑스 등 구대륙 사람들의 경우 70% 정도가 A를 골랐으며 일본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에선 50%만이 A를 선택했다고 한다. 다시 한번 이 연구결과를 정리하면,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 문화권 사람들은 스스로 "집단주의"가 강하다고 믿는다. 반면 서구인들을 모두 개인주의적 사고를 강하게 할 것으로 가정한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를 보면, 동양인(50%)과 유럽인(70%)들이 "개인주의가 강한 회사A"를 고른 비율의 차이(20%)와 유럽인(구대륙인)들과 신대륙 사람들(90%)의 답변 차이가 같다. 즉 동양인과 구대륙 유럽인의 차이만큼 신대륙과 구대륙 사람들의 성향 차이도 크다는 얘기다.




신대륙 사람들의 극단적인 개인주의를 이해 못하는 기업은 신대륙 진출 시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2014년 미국의 직장 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에는 미국 진출 한국 기업에 대한 직장 만족도가 공개돼 SNS상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조사에서 트위터, 베인앤컴퍼니, 구글 등이 4.5이상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미국의 100대 기업 평균은 약 3.6 정도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주주재 삼성은 2.7을 받아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가 평균 이하인 것으로 조사돼 주목을 끌었다. 


신대륙 사람들은 개인의 아이디어와 성향에 따라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 개인 실적에 대한 정확한 측정과 그에 맞는 상벌을 원하기 때문에 "같이 일하고 같이 나누는" 구대륙적 한국 기업 문화에 상당히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02 >  구대륙


식습관도 바꾸지 않는 문화적 보수성

긴 역사와 문화적 전통을 가진 우리 한국인들은 김치와 밥이 모든 음식의 기둥이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미국인들은 음식을 싸고 편리하게 먹기를 원한다. 그래서 편리성 위주의 여러 혁신을 이뤄냈다. 걸으면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소위 "스트리트 푸드", 자동차 탄 채로 주문하고 음식을 받아 차로 이동하며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가 대표적이다. 초기 개척 시대에 처음 신대륙에 도착한 유럽인들은 당연히 새로운 땅과 새로운 환경에 맞춰 식습관도 바꿔야 했을 것이다.


그에 비해 수백 년 동안 대를 이으며 비슷한 음식만 먹고 자란 구대륙 사람들의 식성이나 취향은 웬만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신대륙이 발명한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와 햄버거 체인점 버거킹이 어마어마한 적자를 내면서 알려준 교훈이다.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만 우리나라 음식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 "뉴욕에서의 이틀"이라는 프랑스 영화를 보면 미국 사는 딸 집을 방문한 프랑스인 아버지가 냄새가 지독한 치즈와 발효 소시지를 바지춤에 넣어 몰래 들여오려다가 공항 세관에 들켜서 억류 당하자 아버지를 모시러 온 딸이 그런 아버지를 창피해 하는 장면이 나온다.


독일 사람들은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라고 불리는 양배추로 담근 백김치를 즐겨 먹는데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인근 국가 사람들이 독일인들을 비하할 때 "kraut"이라고 부를 정도다. 


프랑스에서 지독한 실패를 맛본 버거킹과 달리 맥도널드는 크게 성공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맥도널드는 본래 프랑스 특유의 발효음식인 머스터드와 치즈를 완전히 프랑스식으로 바꾸고 고기의 질감을 프랑스 전통 햄버거인 Steak hache'와 비슷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문 닫은 프랑스 음식점의 인테리어를 그대로 사용했다. 이 같은 구대륙 소비자 공략은 신대륙 국가의 기업들이 유럽이나 아시아의 구대륙으로 진출할 때에만 필요한게 아니다. "구대륙으로부터 온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때에도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다.




03 >  구대륙의 "계급주의" VS 신대륙의 "평등주의"


역사가 긴 구대륙은 대체로 오랫동안 왕정 국가들이었다. 왕정은 대부분 뚜렷한 게급 사회였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 3국에 사농공상 계급이 뚜렷하듯 인도에는 카스트제도가 있고, 유럽에는 3급 분리 제도가 있어서 "기도하는 사제, 전쟁하는 기사, 일하는 천민"으로 계급이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구대륙 사람들은 이미 왕실과 귀족 계급의 특권이 사라졌어도 직업, 학벌 등으로 암묵적인 계급을 나누며 계급에 맞는 "품위 있는 소비"를 하는 특징을 보인다. 즉 차별하기 위한 계급이 아니라 "차별화하기 위한"계급 의식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자기 계급에서 가져야 하는 물건과 가지면 안되는 물건의 "격"에 대해서 예민하다.


그에 비해서 미국 등 신대륙 국가는 완정이 존재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국가라는 것 자체도 정착민들의 합의에 통해서 시스템이 완성된 후 만들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급의 상하 관계보다는 이웃의 눈치를 심하게 본다.




계급주의가 뚜렷한 구대륙 부유층의 소비는 "신분 구매"가 많다. 귀족의 신분이 분명하던 시대에는 "의복규정"이 있었다. 평민과 귀족이 입을 수 있는 옷의 종류와 색상을 구분해 놓고 입은 옷만 보고도 한눈에 그 사람의 계급을 파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예를들어 우리나라에서 양반들만 쓸 수 있었던 도포와 갓, 프랑스혁명 전 유럽에서 귀족들만 허리에 찰 수 있었던 칼, 아랍 국가에서 귀족 여자들만 쓸 수 있었던 히잡이나 부르카 등이 신분을 상징하는 복장들이었다. 구대륙의 소비자들은 왕정이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들어서면서 신분별 의복 구분이 없어졌지만 여전히 특정 브랜드나 스타일을 통해서 자기의 계급을 알리고 있다.


구대륙과 달리 신대륙 국가들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기회가 주어진다고 믿으며 개개인은 스스로 일군 성과를 자랑할 수 있는 소비를 즐긴다. 신대륙 국가인 호주는 잘 알려져 있든 1788년 1월 26일에 영국에서 범죄자를 실은 배가 시드니 코브에 도착하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1788년은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기 전 해로 전 유럽에서 계급 반란의 냄새가 짙게 풍기던 시대다. 당시 유럽의 법은 대단히 잔인하고 철저히 귀족 편이어서 빵 한 쪽을 훔친 사람도 중범죄자로 몰려 호주로 좇겨 날 수 있었다.


이렇게 계급 사회의 피해자들이 세운 호주에서는 오늘날까지 Mr., Mrs. 같은 칭호보다 교수와 학생, 사장 직원 간에도 그냥 이름을 부르는 것을 좋아하고 직업의 귀천이나 권력의 상하 관계 없이 서로 "친구"라고 부르는 평등주의 사상에 강하다. 신대륙인 미국도 마찬가지여서 대통령을 특별히 높이는 칭호 없이 그저 Mr. President라고 불러왔다.




평등을 중요시하는 신대륙에서는 주변 사람들 간의 평등 관계가 깨지는 것을 극히 싫어하기 때문에 자기보다 학력이나 경제력이 너무 높은 배우자 선택을 꺼리고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비싼 선물을 받는 것도 부담스러워 한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선물 하나를 사더라도 이웃과의 평등관계가 깨지는 것을 항상 염려한다.


그런 미국인들은 "Keeping up with the Jones(존스네 따라잡기)"라는 독특한 소비 패턴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옆집 사람이 사면 나도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특정 계급이 특정 소비를 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약한 대신 "옆집 사람에게 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은 강하다. 옆집에서 곡면 텔레비전을 사거나 비싼 승용차를 구입하면 자기도 비슷한 수준의 상품 구매를 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04 >  결론


한국인들은 주로 문화를 '외국/한국' 또는 '서양/동양'의 차이로만 나누어 보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세계의 문화는 여러 방식으로 나뉜다. 일본은 우리와 같은 동아시아 국가지만 제국들이 식민지 개척 경쟁을 하던 19세기에 유럽 제국에 정복을 당하는 대신 우리나라를 비롯한 이웃 나라들을 침략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우리보다 영국이나 프랑스와 비슷한 면이 많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한국이나 프랑스처럼 역사가 긴 나라는 미국 같은 신개척지보다 오히려 서로 더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또 문화적 동질감이 더 큰 측면도 분명히 있다.


따라서 이러한 대륙별 구분법에 따라 신대륙 사람들의 "극단적 개인주의"와 "평등의식", 구대륙 사람들의 "문화적 보수성"과 "계급의식"의 이면을 파고도는 것 역시 갓 대륙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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